을지로 3 가에서 양재행 막차를 기다리며

막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쳐가는 하루처럼 길기만 했다.

몸 속에 밴 하루의 피로물질이 플라스틱 의자에 조금씩 녹아 흐를 때

그들의 기다리림은 250원 가치로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금연의 포스터는 담배연기에 가려 안보이고, 어떤이는 얼굴이 빨게져

흥얼거리고, 어떤이는 내일자 조간 신문을 무덤덤하게 읽고 있었다.

슬쩍 졸던 아저씨는 열차가 도착한다는 방송에 잠이 깨고, 그들 모두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달려온 전철의 자동문을 향하여 다가섰다.

그들 앞에서 부드럽게 열리는 자동문의 유혹,

자기집에서의 편안한 잠을 기다리는 무감각한 그들,

24시간 컴컴한 굴 속에서 흔들리던 그들을,

냉혈의 껍질이 안으로 안으로 꾸울꺽 삼켰다.